[디 애슬레틱] 펩 과르디올라의 잉글랜드 고별이 현실화된다면, 그 유산은 독보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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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센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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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6개월 만인 2017년 1월 2일, "나의 작별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구단 수뇌부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장기 집권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단지 초기에 맺은 3년 계약 기간 동안 그의 축구를 즐기겠다는 입장이었다. 그 이상의 기간은 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놀랄 만큼 과르디올라 감독은 거의 10년 가까이 팀에 머물렀다. 그는 맨시티를 이끌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를 달성했으며, FA컵 2회, 리그컵 4회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2023년에는 챔피언스리그와 UEFA 슈퍼컵, 클럽 월드컵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영광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디 애슬레틱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올 시즌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생활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맨시티 팬들은 과거 2020년, 2022년, 그리고 2024년 11월 재계약 직전에도 그의 결별설이 파다했던 점을 상기하며 그가 이번에도 잔류하도록 설득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류는 확연히 다르다. 최종 결정은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내려지겠지만, 맨시티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언제 막을 내리든 과르디올라 감독이 남길 유산은 막대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그가 맨시티에서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 때문만이 아니다. 2016년 부임 당시만 해도 잉글랜드 축구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점유율 축구(Possession football)를 성공적으로 이식한 그의 영향력 덕분이다. 이제 그의 전술은 프리미어리그부터 내셔널리그, 심지어 빗물에 젖은 일요일 조기 축구회 경기장에 이르기까지 현대 축구 코칭계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현대 축구에서 과르디올라 감독보다 뛰어난 인물은 없다. 물론 그에게 막대한 이적 예산과 케빈 더 브라위너, 다비드 실바, 세르히오 아구에로, 그리고 현재의 로드리, 필 포든, 엘링 홀란 같은 선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성공이 단순히 수표책 경영의 결과물인 것만은 아니다. 비슷한 규모의 이적료를 지출한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과르디올라 감독은 개별 선수들의 가치 합보다 훨씬 뛰어난 위대한 팀을 만들어냈다.
2017-18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7시즌 동안 6차례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의 지배력이다. 해당 우승 시즌들에 기록한 승수와 득점 수 역시 독보적이다. 바르셀로나 재임 4년 동안 스페인 무대에서 그랬듯, 과르디올라 감독은 기록적인 측면에서나 경기력의 완성도 측면에서나 프리미어리그의 탁월함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정의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맨시티의 독주 체제에는 제동이 걸렸다. 맨시티는 지난해 이맘때 심각한 부진을 겪은 끝에 지난 시즌을 3위로 마감했고, 이번 시즌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지난여름 에데르송, 카일 워커, 일카이 귄도안, 더 브라위너 등 베테랑 선수들을 떠나보낸 과르디올라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개편을 단행했으며, 이러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지금 떠나려는 것일까?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전 감독의 사례처럼,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잠시 재계약(지난해 이맘때 체결한 2년 6개월 계약)을 체결할 만큼의 활력을 되찾았다가 다시 원래의 본능적인 생각으로 회귀했을 가능성이 있다. 두 감독 모두 구단에 대한 충성심과 리빌딩 착수에 대한 의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리빌딩의 사이클이 완료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펩 과르디올라의 잉글랜드 고별이 현실화된다면, 그 유산은 독보적일 것이다](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218/9290874896_340354_99b983892094b5c6d2fc3736e15da7d1.png)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시티에서 들어 올릴 수 있는 모든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에서 예상보다 오랜 기간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 그의 후임으로 거론됐던 인물들의 면면에서 잘 드러난다. 재임 초기에는 시티 풋볼 그룹(CFG) 산하의 뉴욕 시티 FC를 이끌던 파트릭 비에이라 전 감독이 내부적으로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다. 2019년 12월 아스날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맨시티 수석코치였던 미켈 아르테타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2023년 번리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줬던 맨시티 주장 출신 뱅상 콤파니(현 바이에른 뮌헨 감독) 또한 과르디올라의 잠재적 후계자로 급부상했던 바 있다.
현재로서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물러날 경우, 맨시티 수뇌부가 첼시의 엔초 마레스카 감독을 최우선 후보군에 올릴 것이라는 강력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는 꽤 흥미로운 시나리오다. 마레스카 감독은 지난 18개월 동안 첼시를 이끌며 자신이 구단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외부 세계에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기 때문이다.
마레스카 감독이 재능 있고 지적인 지도자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감독과 선수단이 첼시에서 보여준 잠재력은 위기, 혹은 최소한 자기 의심의 시기와 뒤섞여 나타났다. 컨퍼런스리그와 클럽 월드컵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스탬포드 브릿지에서의 두 번째 시즌에 첫 시즌보다 더 권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첼시가 필요로 하는 규모의 조직적 발전을 이뤄낼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지난주 공개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것처럼 팀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가라앉힐 침착함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마레스카 감독은 즉각적으로 과르디올라 교리의 추종자임이 드러난다(정작 과르디올라 본인은 자신의 영감이 현재 우루과이 대표팀을 이끄는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에게서 왔다고 말하길 선호하지만 말이다). 맨시티 21세 이하(U-21) 팀 감독에 이어 1군 수석코치로 과르디올라를 보좌했던 마레스카 감독은 자주 과르디올라를 "천재"라고 묘사해왔다. 과르디올라 감독 역시 최근 기자회견에서 마레스카를 두고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며 화답했다.
오늘날 축구계를 이끄는 수많은 감독이 과르디올라의 영향을 받았으며, 많은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첼시의 마레스카와 아스날의 아르테타 감독은 맨시티에서 그와 함께 일했고, 파리 생제르맹(PSG)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함께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콤파니 감독과 레알 마드리드의 사비 알론소 감독은 각각 맨시티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그의 지도를 받으며 배웠다. 이탈리아 클럽 코모에서 지도자로서 명성을 쌓고 있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역시 바르셀로나에서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뛰었다. 바르셀로나의 티아고 알칸타라 코치도 마찬가지다.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 또한 2023년 네덜란드 잡지 '부트발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과르디올라의 접근 방식이 나에게 축구의 궁극적인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 바 있는 또 한 명의 추종자다.
최상위 레벨에서 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카를로 안첼로티나 주제 무리뉴처럼 성공적인 감독들도 동료들에게 큰 존경과 찬사를 받으며, 과거 알렉스 퍼거슨 경 또한 그랬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현대 축구에 미치는 직접적, 간접적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맨시티 입장에서 긍정적인 점은 유사한 축구 철학을 따르는 감독을 찾는 일이 과거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르디올라를 롤모델로 삼는 어떤 감독이든 자칫 과르디올라 아류(Guardiola Lite)로 비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과르디올라 감독의 운영에서 가장 저평가된 부분은 그가 팀에 불어넣은, 만족을 모르는 승부욕일 것이다. 퍼거슨 경이 전술가로서 저평가받았던 것처럼, 과르디올라의 선수단 관리 능력 역시 너무 쉽게 간과되곤 한다. 그러나 그가 매일, 매주, 매 시즌 쏟아붓는 업무의 강도는 명백하며, 팀의 기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수준 또한 마찬가지다. 클롭의 리버풀, 그리고 최근 아르테타의 아스날 같은 팀들과 경쟁하며 7시즌 동안 6번의 리그 우승을 차지한 성과가 이를 방증한다.
물론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꺼리는 문제)도 존재한다. 맨시티의 이 영광스러운 시대가 구단의 재정 규정 위반에 대한 심각한 혐의들을 배경으로 펼쳐졌다는 사실이다. 규정 위반 혐의에 대한 프리미어리그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비록 1년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거취 결정이 이 결과와 연동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은 이것이 사실이라는 어떠한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독일 슈피겔의 최초 보도로 불거진 혐의에 대해 프리미어리그 독립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맨시티는 어떠한 부정행위도 부인하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 지난 15시즌 동안 구단이 이룬 뛰어난 업적들은 매우 다른 시각으로 재평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맨시티의 구단주와 경영진을 향한 질문이었지, 과르디올라 감독이나 지난 10여 년간 구단에 합류한 수많은 선수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조사 대상 기간 동안 맨시티가 이룬 거대한 상업적 성장이 과르디올라와 최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뮌헨, 그리고 맨체스터에서 남긴 기록을 볼 때,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에 합류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그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뒀으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떠나면 맨시티에 거대한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마찬가지로 그의 퇴장이 라이벌 구단들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맨시티는 지난 8번의 프리미어리그 타이틀 중 6개를 차지했으며, 불안정한 시즌 출발 후에도 현재 선두 아스날을 승점 2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아르테타(이전에는 클롭) 감독은 과르디올라와의 계약 종료일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그가 재계약에 서명하는 모습에 허탈함을 느꼈을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펩 과르디올라의 잉글랜드 고별이 현실화된다면, 그 유산은 독보적일 것이다](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218/9290874896_340354_bd5cb0eb79cb411c2babc747b3a0125a.png)
2024년 과르디올라 감독의 잔류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펼쳐 든 맨체스터 시티 팬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난해 말 서명했던 지난 2년 계약 연장은 장기적인 집권 의지를 천명했다기보다는 배를 안정시키기 위한 제스처에 가까워 보였다. 당시 팀은 경기장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고 성적 부진과 치키 베히리스타인에서 우구 비아나로 이어지는 단장 교체기가 맞물려 있었다. 당시에도 이번 시즌이 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 맨체스터에서 가장 고된 시즌을 보내며 압박감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올 시즌에는 훨씬 더 편안해 보이지만, 어쩌면 이는 2년 전 클롭 전 감독의 상황과 겹쳐 보일 수 있다. 감독직의 어둡고 외로운 시간 속에서 마침내 터널 끝의 빛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때로는 해방감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맨시티 팬들은 그가 설득되어 1년 더 머물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들은 "volem que et quedis(우리는 당신이 남기를 원한다)"라고 적힌 카탈루냐어 현수막을 다시 꺼내 들 것이다. 그리고 만약 시즌 후반기가 고별 투어가 된다면, 3월 웸블리에서의 카라바오컵 결승, 5월 16일 FA컵 결승, 5월 30일 부다페스트에서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그리고 (2022년처럼)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치를 리그 최종전 우승까지 모두 휩쓸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9년 반이 지난 지금, 과르디올라의 작별 과정은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후임자를 찾는 과제는 더욱 시급해졌다. 누가 선택되든, 누가 그 도전을 받아들이든, 과르디올라의 뒤를 잇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극한의 난이도가 될 것이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898463/2025/12/18/pep-guardiola-manchester-city-legac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