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깜짝 발표된 AFCON 일정 변경, 과연 아프리카 축구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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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AFCON)을 앞두고 토요일 오후 모로코 라바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파트리스 모체페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은 예정보다 55분 늦게 도착했다. 지각에 대한 사과는 없었지만, 그 배경에 대한 설명은 이어졌다.
 
모체페 회장은 이날 오전 7시 모로코에 도착한 이후 연이은 회의 일정으로 인해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이끄는 CAF 집행위원회 회의였으며, 이 자리에는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포함한 FIFA 고위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불과 몇 시간 전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모체페 회장이 발언을 시작할 당시 그의 곁에 인판티노 회장은 자리하지 않았다. 대신 FIFA 사무총장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룀이 나서 2028년부터 AFCON이 기존의 2년 주기에서 4년 주기로 전환된다는 결정과 관련해 짧은 입장을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2020년 CAF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AFCON 개최 주기를 두고 “쓸모없다”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모체페 회장의 발표 이전까지 AFCON의 향후 운영 방식과 관련해 공개적인 추측이나 논의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
 
이날 그는 또 하나의 변화로, 유럽에서 UEFA가 운영 중인 대회와 유사한 아프리카 네이션스 리그가 2029년부터 매년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에 따라 2027년과 2028년 AFCON이 치러진 뒤, 당초 2029년으로 예정됐던 대회는 1년 앞당겨 개최된다. 이후 아프리카 국제 축구 일정은 FIFA가 정한 국제 경기 기간(window)에 맞춰 운영된다. 
 
모체페 회장은 이를 자신이 약 25년에 가까운 축구 인생 동안 관여했던 순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규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CAF와 아프리카 각국 축구가 ‘지속 가능한 재정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일관된 일정이 스폰서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아프리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재정적 자원이 필요합니다. 충분한 자금이 없다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이 기존 700만 달러(약 530만 파운드)에서 1,000만 달러(약 750만 파운드)로 인상됐다는 발표도 함께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억만장자인 모체페 회장은 광업을 비롯한 여러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로, 2021년 CAF 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2004년 마멜로디 선다운스를 완전히 인수했으며, 이후 해당 구단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대표하는 최강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결정에는 일부 아프리카 선수들이 소속 클럽과 국가대표팀 사이에서 겪어온 압박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이번 AFCON을 앞두고 선수들이 최소 2주 전에는 대표팀에 합류하길 바랐지만, FIFA의 결정으로 해당 기간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클럽들이 ‘우리는 네가 필요하다’고 말할 때 선수들이 느끼는 답답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을 갈등의 한가운데에 두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책임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국제 축구 전체와의 균형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저의 최우선 책임은 아프리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축구 전체에 대한 책임도 존재합니다. 다른 지역에서의 성공은 결국 아프리카 축구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불필요한 논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AFCON 일정으로 인해 아프리카 선수들이 시장에서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됐다. 국제 일정이 클럽 일정과 충돌하지 않는 다른 대륙 출신 선수들이 더 선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새로운 대회 체제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더 자주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새로운 대회가 도입되면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더 자주 출전하게 됩니다. 이는 아프리카 무대에서의 노출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 결정이 ‘타협의 결과’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카메룬축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사무엘 에투를 비롯해 아프리카 축구계 내부의 다양한 인사들이 이 변화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판티노 회장과 FIFA의 입장이 관철된 결과라고 보는 시선 속에서 비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거 CAF 회장을 지낸 이사 아야투는 AFCON이 대륙 외부의 일정이나 국제적 흐름을 따르라는 요구에 지속적으로 맞서 왔다. 그는 AFCON을 국제 축구의 어젠다와 무관한, ‘아프리카만의 독자적인 대회’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일정 체제에 따라 AFCON은 이제 FIFA 월드컵과 겹치지 않으며, 유럽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함께 개최된다.
 
이론적으로는 대회가 겨울에 열리지 않는 한, 유럽 클럽들이 소속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할 명분이 줄어든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하라 이남 대부분의 국가는 우기 때문에 유럽 여름철에 AFCON을 개최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기후를 가진 대륙이 아프리카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AFCON이 유럽 여름에 열린다면, 유럽선수권대회와 시청자의 관심과 중계권, 수익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CAF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다수의 중계권 계약을 확보했다고 강조해 왔지만, 유로 대회와 일정이 겹칠 경우에도 동일한 수준의 계약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정 정렬이 분명한 장점을 지니는 동시에, 그에 따른 부담 역시 존재한다는 의미다.
 
2027년 AFCON은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에서 공동 개최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개최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한된 준비 기간을 고려할 때 2028년 대회의 개최국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아프리카 네이션스 리그는 권역별로 나뉘어 운영될 예정이며, 반복되는 대진 구성이 대회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FCON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이번에는 어쩌면, 그 ‘이변’이 경기장이 아닌 회의실에서,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먼저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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