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애슬레틱] 유벤투스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는 ‘호날두 영입’이라는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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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딱딱한 회계 장부상에서, 유벤투스 역사상 가장 비쌌던 이 선수는 이제 '전(前) 소속 선수'라는 항목으로만 기재된다.
유벤투스 재무 부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 소속 선수', 즉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구단 공식 문서에서는 단 한 번만 이름이 언급될 뿐이다. 그가 1,400만 유로의 손실을 안기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의 이름은 여전히 토리노의 장부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유벤투스의 최근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시즌 구단에 있었던 '주요 중대 사건' 중 하나는 바로 이 발롱도르 5회 수상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중재 소송 건이었다. 보고서는 "전 소속 선수는 2025년 3월 10일 자로 법원에 출석 통지서를 제출했다"고 명시했다. 쟁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합의했던 급여 삭감의 유효성과, 호날두가 주장하는 미지급 임금 약 2,000만 유로다.
유벤투스는 지난해 중재 판정에 불복해 항소하며 판정 금액의 절반을 즉시 지급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소송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항소 기각을 요청하며 반소를 제기했고, 원금 전액과 이자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블룸버그가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 축구선수'로 지목한 그에게는 단 한 푼도 중요했던 셈이다. 이 사건은 현재 연기되었으며, 최종 결정은 1월 초에 내려질 전망이다.
유벤투스가 2018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하기 위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돌아오는 지금, 이 사건은 그 여름 호날두를 영입하는 데 들었던 막대한 비용과 이탈리아 명문 구단 유벤투스가 여전히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돌이켜보면 7년 전 그 챔피언스리그 8강전은 유벤투스 근현대사의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호날두는 토리노에서 열린 1차전에서 환상적인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특히 그의 그림 같은 바이시클킥 골에 홈 관중들이 보낸 기립박수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 사건은 그가 유벤투스 이적에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고, 그의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는 당시 유벤투스 단장이었던 파비오 파라티치에게 이러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https://x.com/ChampionsLeague/status/1357662753926877185
2주 후, 합계 스코어 3-0으로 뒤지던 유벤투스는 원정 2차전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역전극을 펼칠 뻔했다.
정규 시간 종료 직전 3-0으로 앞서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려던 순간, 마이클 올리버 주심이 메흐디 베나티아의 파울을 선언하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유벤투스의 주장 잔루이지 부폰은 경기 후 올리버 주심을 향해 "심장 대신 쓰레기통을 가졌다"고 맹비난했다. 그리고 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레알 마드리드를 다음 라운드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호날두였다. 이 경기는 유벤투스에겐 호날두 같은 해결사가 필요하다는 인상을 더욱 굳히게 만들었다.
유벤투스는 2015년과 2017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지만 두 번 모두 패했다. 특히 2017년 카디프 결승에서는 호날두에게 두 골을 내주며 레알 마드리드에 4-1로 무릎을 꿇었다. 마침내 그를 영입할 기회가 찾아오자, 유벤투스는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구단 회장이었던 안드레아 아녤리는 훗날 이 결정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2021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호날두는 유벤투스를 유럽 정상으로 이끌어야 할 마지막 퍼즐이었다. 그의 입단식에서 팬들은 "우리에게 챔피언스리그를!"이라고 외쳤다.
물론 유벤투스는 세리에 A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호날두와 함께 리그 8연패와 9연패를 달성했고, 그는 구단 역사상 그 누구보다 빠르게 100골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그토록 염원하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끝내 따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잡힐 듯했던 우승 트로피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첫 시즌 8강에서 아약스에, 이후 두 시즌 연속으로 16강에서 각각 리옹과 포르투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의 쓴맛을 봤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유벤투스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는 ‘호날두 영입’이라는 도박](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022/9061207798_340354_6a7fe0eed79b2090c1abfcbcc41e2195.png)
호날두는 유벤투스에서 두 번의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아녤리 회장이 유러피언 슈퍼리그 창설을 주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가 호날두에게 걸었던 또 다른 기대는 막대한 상업적 성공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엘리트 구단 및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같은 스페인 거함들과의 재정적 격차를 줄이는 것이었다. 유벤투스 회장으로서 첫 8년간 뛰어난 비전을 보여줬던 그였지만, 코로나19의 등장은 예측하지 못했다. 33세 선수에게 연간 3,100만 유로의 순수 연봉(당시 팀 내 연봉 2위였던 곤살로 이과인의 4배)을 지급하기로 한 직후 닥친 팬데믹은, 최소한 불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추진되던 슈퍼리그의 붕괴는 유벤투스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셈이다.
2018년까지 수많은 성공적인 결정을 내렸던 유벤투스였지만, 그 뒤로는 악수(惡手)가 이어졌다. 유벤투스는 더 이상 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고, 스쿠데토 없이 5년을 보냈다. 10년에 가까운 전례 없는 독주 시대를 보낸 뒤 찾아온 최근의 부진은 역설적으로 과거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 뒤늦은 찬사를 낳았다. 마찬가지로, 9연패라는 위업이 있기에 5년의 무관은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만약'이라는 가정은 여전히 흥미롭다. 만약 유벤투스가 호날두 영입의 유혹을 뿌리쳤다면 어땠을까? 이탈리아 축구계 지난 20년간 가장 성공한 경영자로 꼽히는 베페 마로타는 2018년 12월 인터밀란으로 떠나는 대신 팀에 남았을까? 유벤투스는 코로나 사태에 훨씬 덜 취약했을 것이고, 아녤리 회장은 유해한 슈퍼리그라는 대안 대신 챔피언스리그 개혁을 추진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지금도 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유벤투스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는 ‘호날두 영입’이라는 도박](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022/9061207798_340354_cd15e504af342d9b738f20d97a62662c.png)
당시 유벤투스 회장이었던 안드레아 아녤리는 호날두 영입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유벤투스는 반등을 꾀했다. 아녤리 회장은 구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막스 알레그리 감독을 다시 데려왔다.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급 공격수라는 믿음 아래 두샨 블라호비치를 8,000만 유로에 영입했고, 폴 포그바도 다시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호날두 연봉의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세리에 A 최고 연봉자들이었다. 하지만 블라호비치는 올여름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고, 포그바는 도핑 적발로 4년 출장 정지 징계를 받고 계약이 해지됐다.
이는 2022년 겨울, 아녤리 회장과 이사진이 총사퇴하기 전 던진 마지막 승부수였다. 코로나 시기 구단의 재정 문제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된 탓이었다. 이 조사로 인해 유벤투스는 승점 삭감, 유럽 대항전 1년 출전 금지, 최대 2,000만 유로까지 늘어날 수 있는 1,000만 유로의 벌금, 재무제표 재작성 처분을 받았다. 아녤리 회장,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 파비오 파라티치 전 단장은 축구계에서 퇴출되는 징계를 받았고, 이달 초에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사법거래에 응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물론 이들 모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녤리 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법거래는 민사적 효력이나 추가 처벌이 없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의 결백하다는 입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아녤리 시대의 갑작스러운 종식 이후 3년은 '항로 수정'의 시간이었다. 아녤리의 사촌이자 가문의 후계자인 존 엘칸이 임명한 새로운 이사회는 이탈리아와 유럽의 사법 당국과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전 시즌들을 특징지었던 긴장과 불안정의 배경 없이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경기장 밖에서 유벤투스는 (수요일의 상대이자 슈퍼리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레알 마드리드와는 달리) 유럽클럽협회(ECA)에 다시 복귀하며 환영받았고, 이전보다 훨씬 낮은 정치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는 다시 챔피언스리그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2024년 5월 알레그리 감독이 경질되면서 과거와의 단절은 완성되었다.
엘칸의 단장 크리스티아노 지운톨리는 티아고 모타를 감독으로 선임할 수 있었다. 그는 알레그리의 후임을 정하고 팀을 개편하기 위해 1년간 실탄을 아껴두었고, 이적시장에 2억 유로가 넘는 거액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타 감독이 한 시즌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3월 경질되고 이고르 투도르 감독으로 교체되었고, 지운톨리 단장 역시 여름에 경질되며 자신의 직위로 대가를 치렀다.
불안정한 시기의 종식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그가 영입한 세 명의 빅사이닝 중 도글라스 루이스와 니코 곤살레스(총 8,800만 유로)는 현재 각각 노팅엄 포레스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를 떠나 있다. 나머지 한 명인 퇸 코프메이너르스(5,730만 유로)는 전 소속팀 아탈란타에서의 기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아카데미나 아녤리가 남긴 훌륭한 유산인 '넥스트젠'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을 헐값에 매각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유벤투스가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유지할 최고의 기회였다.
모이스 킨은 지난 시즌 피오렌티나에서 23골을 넣었다. 마티아스 소울레는 현재 AS로마의 핵심 선수로, 올 시즌 세리에 A 7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가장 뼈아픈 실책은 딘 하위선을 2,000만 유로도 안 되는 금액에 본머스로 근시안적으로 이적시킨 것이다. 그는 오늘 밤 베르나베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올여름 레알 마드리드가 본머스에 지불했던 금액의 3배를 주고 그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유벤투스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는 ‘호날두 영입’이라는 도박](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022/9061207798_340354_f945766a210e3d2135af7057ec0575df.png)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딘 하위선을 본머스에 판매한 것에 대해 유벤투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선택들은 지운톨리의 후임인 다미앵 코몰리가 여름 내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지난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9월 18일 유벤투스에 새로운 재정 지속가능성 규정의 '축구 수익 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통보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결정은 봄에 내려질 예정이다.
최근 재무 결과에 따르면 5,800만 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의 1억 2,300만 유로에 비하면 눈에 띄게 개선된 수치다. 하지만 클럽 월드컵 상금과 역대 가장 규모가 커지고 수익성이 높아진 챔피언스리그 수익이 더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놀라운 숫자다. 참고로 유벤투스는 클럽 월드컵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패해 탈락했다. 두 팀은 3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됐지만, 둘 다 과도기에 있으면서도 처한 상황은 매우 다르다.
유벤투스는 젊다. 때로는 화려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못하다. 올 시즌 4-3 승리와 4-4 무승부를 기록했고, 일요일에는 코모 원정에서 2-0으로 패했다. 최근 6경기 무승의 늪에 빠져 있으며, 10월 A매치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AC밀란과의 홈경기에서 0-0 무승부에 그친 뒤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적어도 케난 일디즈라는 희망은 있다. 20세의 그는 슈퍼스타가 될 재목이며, 어쩌면 그의 등번호 10번은 2008년 11월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베르나베우에서 보냈던 것과 같은 밤을 보낼지도 모른다. 당시 델 피에로는 원정 경기에서 두 골을 모두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고, 마드리드 팬들로부터 기억에 남을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 시절 유벤투스는 현재의 유벤투스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논란 끝에 팀을 재건하는 과정에 있으며, 정상을 되찾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면 두 걸음 후퇴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2010년 아녤리가 유벤투스의 재건을 주도하며 길을 제시했다. 이제는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아마도 지난 1년간 구단 내에서 경영인으로 성장해온 조르조 키엘리니가 시간이 지나면 그 역할을 맡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 경기를 몇 시간 앞두고, 그의 옛 동료이자 '전 소속 선수'는 인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소속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가 아시아의 유로파리그 격인 대회에서 고아와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유벤투스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는 ‘호날두 영입’이라는 도박](https://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1022/9061207798_340354_b087f597bec98af14754da6d9eee8e32.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