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매거진] 왜 우리는 유럽에서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들을 볼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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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기온앤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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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유럽에서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들을 볼 수 없을까.jpg [하이브리드 매거진] 왜 우리는 유럽에서 동남아시아 축구 선수들을 볼 수 없을까?

왜 우리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들을 유럽에서 거의 보지 못할까?
 
동남아시아의 ‘축구에 대한 사랑’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6억 5,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유럽 축구 무대에서는 가장 대표성이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유럽의 엘리트 무대에 진출한 국가 대표급 선수는 극히 드물며, 지금까지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뛰었던 동남아시아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카디프 시티에서 활약했던 필리핀 골키퍼 닐 에서리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축구 팬들은 ‘아름다운 경기, 축구’에 대해 엄청난 사랑과 열정을 품고 있다.
 
前 싱가포르 축구선수 리쉬 로샨 라이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지역에는 축구에 대한 사랑이 넘치고, 열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건 단지 해외 팀들, 유명 팀들에 대한 사랑만이 아니다. 지역 팀들에 대한 사랑도 똑같이 존재한다.”
 
아시아 축구 전문 기자 Scott McIntyre는 동남아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축구에 미친 지역’이라고 평가한다.
“난 전 세계를 다니며, 축구를 취재해 왔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지역은 지구상 그 어디보다도 가장 열정적이다. 남미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 정도의 인용문만으로도 지역의 축구 열정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지 경기장의 관중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2019년, 코로나19 이전 마지막으로 제약 없이 열린 말레이시아 컵 결승전에는 85,42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는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의 정원보다 많은 숫자다.
 
사파위 라시드의 사례
 
최근 유럽 진출의 기회를 잡았던 동남아시아 선수의 예로는 말레이시아의 윙어 사파위 라시드가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흥미롭고 폭발적인 재능으로 평가받았다. 사파위는 2019년 자신의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낸 뒤, 포르투갈 1부 리그 포르티모넨세 SC로 임대를 떠났다. 당시 그는 36경기에서 20골을 기록하며,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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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포르투갈에서 석 달간 머무는 동안 U-23 팀에서 단 한 경기에만 출전했고, 끝내 향수병과 출전 기회 부족을 이유로 임대를 조기 종료했다. 말레이시아 최고의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적응하지 못한 이 사례는 나라 전체와 지역의 이미지를 떨어뜨렸다.
 
영어가 지역 전반에 걸쳐 유창하게 사용되지 않고, 유럽의 문화도 동남아시아와 크게 다르다. 사파위 라시드 같은 선수들을 위해 보다 많은 지원과 적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유럽 무대에 진출한 몇몇 선수들
 
동남아시아 팬들은 자신들의 지역 출신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 한다.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교의 말레이시아 학생회 회원 마크 리옹(Marc Leong)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가 유럽에서 뛴다면, 설령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그 존재만으로도 이 지역 사람들은 모두 열광할 것이다.”
 
현재 유럽 1부 리그에서 뛰는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과거보다 조금 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수는 매우 적다.
 
말레이시아 수비수 디온 쿨스는 그런 예 중 하나다. 그는 덴마크의 FC 미트윌란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 예선과 유로파 리그 조별리그에서 뛴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벨기에 혼혈로, 벨기에에서 성장하며, 유럽식 축구 시스템의 혜택을 받았다.
 
필리핀의 골키퍼 닐 에서리지 또한 비슷한 사례다. 그는 잉글랜드에서 자라나 필리핀 대표팀을 선택했으며, 조국의 열악한 유소년 시스템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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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팅, 코칭, 자금의 부족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역의 유소년 축구 구조와 자금 지원의 부족, 그리고 유럽 구단들이 이 지역에 스카우팅 네트워크를 거의 구축하지 않는 데 있다. 리쉬 로샨 라이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 선수들이 기술적, 신체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곳을 봐주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스카우트들이 이곳을 보고, 코치들이 이곳을 봐야 한다.”
 
Scott McIntyre는 유럽 구단들이 동남아시아에 스카우트를 보내지 않는 이유를 무지나 인종차별적인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잉글랜드나 다른 ‘큰’ 리그에 가기 전에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2차 시장’으로 먼저 가야 하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의 마크 리옹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좋은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시설이 많아야 한두 개 있을까 말까다”
 
리쉬 로샨 라이는 유소년 시스템의 구조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소년 시스템을 보면, 밑이 넓은 피라미드 형태여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좁혀가며,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걸러내야 하죠. 그런데 어떤 나라들은 그 피라미드가 엉망이다.”
 
아시아 축구 기자 마틴 로우(Martin Lowe)는 동남아시아 구단들이 일본과 한국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가 아시아 축구의 정점이었으나, 이후 일본과 한국이 구조 개혁을 통해 훨씬 앞서 나갔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축구는 J리그와 K리그 팀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배워야 한다. 그들은 자국 선수들을 너무 헐값에 내보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체계가 잡혀 있다.” 그는 특히 베트남 구단들이 선수 이적료를 과도하게 요구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막는 점을 지적했다.
 
인터뷰에 응한 네 명 중 세 명은 베트남의 최근 성장과 구조 개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2030년 48개국 월드컵을 앞두고 젊은 재능들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게 대략적인 청사진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와 선수들의 성공 열쇠는 유소년 육성에 달려 있다. 그것이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유소년 시스템이 바로 동남아시아 축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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